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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하게 사는 길

"패자의 기억"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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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 기억"을 읽고

 

 

오랜만에 색다른 장르의 소설을 읽게 되었는데요!

무려 7백5십 페이지에 달하는 장편소설이었습니다.

정치와 관련된 책은 별로 흥미가 없어 잘 읽지 않았는데 엄청난 두께의 이 책을 본 순간, 왠지

한 번 읽어보려는 욕망이 생기더군요.*&*

책의 시작은 지은이 "미셀 라공"이 주인공인 "알프레드 바르텔르미"의 헌 책방을 찾아가면서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 사연을 밝히는 것으로 서두를 엽니다.

알프레드는 고아로, 파리의 중앙시장을 살아가는 터전으로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그러다가 하루는 "플로라"라는 예쁜 소녀가 생선수레를 타고 나타나고 소녀의 하얀 장딴지가 

신기했던 그는 손으로 소녀의 다리를 만지면서 둘의 동거가 시작되는데요.

플로라를 생선장수들에게서 탈출시키느라 중앙시장에 터전을 잃은 알프레드는 "벨빌"로 가게

되고 거기서 "빅토르 키발치크"와 "리레트 메르트장"을 만나 거처를 구하게 됩니다.

그들은 "레몽 라 시앙스"와 함께 "아나키스트" 홍보전단을 몰래 뿌리는 일을 하였는데요.

알프레드는 그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들러샬" 이라는 사람의 서점에서 심부름을 하게되었고

플로라는 허름한 식당에 일자리를 얻었습니다.

머리가 좋았던 알프레드는 들러샬의 서점에 있는 책들을 닥치는대로 읽으면서 엄청난 지식을

가지게 되었는데 들러샬은 알프레드를 마치 아들처럼 생각하여 도와주게 되는데요.

거기서 "볼린 아이헨바움"이란 사람에게 러시아어를 배우고 나중에 1차대전에 참전했을 때

러시아어를 배운 덕분에 통역관으로 차출되면서 총알받이로 죽어갈 운명을 벗어납니다.

알프레드는 "부르주아지"들에 의해 일어난 빈부격차와 불평등을 해소하고 노동자의 천국을

만들겠다는 마르크스와 레닌의 공산주의혁명을 다른 아나키스트들과 함께 찬동하였으나

겉으로는 자유와 평등을 내세우면서 뒤로는 지하감옥에서 온갖 고문을 자행하고 끝내는

목에 무자비한 총구를 들이미는 공산주의자들의 실상을 알고 탈출을 하게 됩니다!

끊임없이 서로를 견제하고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식까지 죽음의 길로 내몰아야 하는

크레믈린의 실상을 제대로 모른 채, 장밋빛 환상만으로 스탈린을 극찬하였던 "로맹롤랑"을

비롯한 소위 "쓸모있는 쓰레기"(공산당에서는 이들을 이용하여 체제선전에 이용하였을 뿐

부르주아지와 다를 바 없는 쓰레기로 쓸모가 없으면 바로 숙청했다.)들에 의해 레닌과

트로츠키를 비롯한 공산당은 러시아에서 10월혁명을 일으켰고 그들의 개가 되어 전장에서

수많은 전공을 세웠던 "마흐노"장군마저 트로츠기에게 숙청되어 결국 프랑스로 망명길에

오르게 됩니다.

알프레드는 마흐노를 도우려고 하지만 그의 형편도 여의치 않아 큰 도움이 되지 못하였고

결국 "역사의 쓰레기통" 속에 마흐노가 묻혔고 나중에는 알프레드 역시 뒤따르게 됩니다.

아무리 좋은 정치이론이 있어도 인간의 속성이 권력을 잡게 되면 그 달콤함에 중독되어

온갖 비리와 부정부패가 만연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데요.

필연적으로 자신의 정적들을 희생양으로 만들어 매장해 버리고 더욱 단단한 전제주의 체제로 

회귀해 버린 것이 바로 소련의 공산주의자들이고 그들의 권력다툼으로 우두머리가 바뀌고 

정권이 바뀌었을 뿐 여전히 크레믈린의 지하감옥에서는 비인간적인 폭력과 고문은 물론,

목에 총구를 대고 발사하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겉으로는 누구보다 청렴결백한 프롤레타리아처럼 행동하면서 뒤로는 풍족한 삶을 누리지만

이를 은폐하기 위해 온갖 악행을 일삼아 자행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권력자들의 숙명이고

언젠가는 몰락의 낭떠러지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역사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나중에는 스탈린이 정권을 잡으면서 승승장구하던 트로츠키마저 숙청되어 프랑스로 망명하게

되는데요.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by 고야 146 * 83cm, 1821 ~ 23년, 프라도 미술관

유럽의 거의 모든 아나키스트들이 괴멸하여 지리멸렬의 상태였으나 스페인에서만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는데 프랑코총통에 맞서 싸우던 아나키스트를 지원하려고 아들인 제르미날과

함께 참전했으나 소련의 지원을 받은 정부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전쟁물자로 인해 힘겨운

전투를 이어가던 중, 제르미날이 포로가 되어 목숨이 위태롭게 되고 아들을 살리기 위해

인맥을 총동원하여 겨우 피골이 상접한 아들을 구한 알프레드는 이데올로기 전쟁때문에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처럼 자신이 자식까지 죽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파리로 

돌아오게 됩니다.

크레믈린의 더러운 속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들이 제공한 단물에만 정신이 빼앗긴 대부분의

"쓸모있는 쓰레기(좌파지식인)"들의 생각이 사회에 만연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알프레드는 

아나키스트의 본래 정신으로 돌아가 총 대신 펜으로 끊임없이 평화와 여권신장(女權伸張)​을

설파했으나 결국, 감옥에 갇혀 1939년부터 1945년까지 6년간의 시간을 허비하였고 해방 후,

권력싸움에도 끼지 못하여 낙오자로 살아가게 되지요.

이렇게 아나키즘의 이상을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러시아와 프랑스, 스페인에서 연이어 쓰라린

패퇴(敗退)를 거듭한 알프레드....!

하지만 역사를 이끌어가는 위정자들의 비리와 비열한 처세술이 인간의 속성이며 혼자 고고하게

세상을 살아가려는 것은 필연적으로 질곡의 운명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곳이 이 혼탁한 인간세상

이라는 것을 깨닫고 자조적(自嘲的)인 여생을 살아갑니다!

비록 패자(敗者)로서 역사에서 잊혀진 존재였지만 인간답게, 자유롭게 살려는 의지를 표방하는

순수 아나키스트로서 살다 간 그의 삶은 그 어떤 폭력도 간섭도 거부하고 지구상에 모든 인류가

평화롭고 자유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그의 이상을 위해 끝없이 투쟁해온 강인한 인간의 상징이라

할 것입니다.

오늘은 "패자의 기억"이라는 책을 읽고 그 독후감으로 포스팅을 해 보았습니다!